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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무너지는 신뢰, 떠오르는 한동훈

  • #지형덕 기자
  • 입력 2026.09.1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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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에 빠진 국민은 이제 ‘권력’이 아니라 ‘대안’을 바라본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33.8%까지 내려갔다. 9주 연속 하락이며 취임 후 최저치다. 특히 18~29세의 긍정 평가는 18.6%, 20대 여성은 17.6%에 머물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역시 36.1%로 떨어졌고 국민의힘은 42.1%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한 번이 민심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세부 집단의 수치는 표본이 작아 변동 폭도 크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단순한 숫자의 등락으로 넘기기 어렵다. 대통령과 민주당을 떠받치던 지지 기반에서조차 균열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민심이 흔들리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호르무즈 파병 검토, 잇따른 개각 인선 논란, 여권 내부 갈등이 겹쳤다. 여기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제넨셀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피해자 보호 공백 우려까지 더해졌다.


정권의 위기는 대개 거대한 사건 하나로 시작되지 않는다. 국민이 던지는 작은 질문들에 권력이 제대로 답하지 않을 때 불신이 쌓이고, 어느 순간 지지율이라는 숫자로 터져 나온다.


국민이 묻는 것은 ‘검찰을 지킬 것인가’가 아니다


검찰개혁은 필요하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며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온 문제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개혁의 목적은 검찰이라는 조직을 무너뜨리는 데 있지 않다. 더 공정하고 안전한 형사사법제도를 만드는 데 있다.


그런데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확정되면서 성폭력·스토킹·교제폭력·가정폭력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다른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하거나 사건이 단순 폭행으로 축소됐을 때, 누가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처럼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성폭력 목적이 추가로 밝혀진 사례도 있다. 경찰 내부에 이해관계자가 있거나 제 식구 감싸기가 벌어졌을 때 이를 견제할 장치는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여성과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검찰 조직의 존속이 아니다.


위험에 빠졌을 때 국가가 자신을 끝까지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이다.


그런데 정부와 민주당은 검찰개혁이라는 정치적 명분을 강조하면서도, 보완수사권을 대신할 피해자 구제 장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대통령은 뒤늦게 “여성과 청소년 대상 범죄 대응이 흔들리지 않도록 챙기겠다”고 약속했지만, 국민이 원하는 것은 약속이 아니라 작동 가능한 제도다.


20대 여성 지지율 17.6%가 모두 보완수사권 폐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조사에서 지지 철회 이유를 별도로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단체와 강력범죄 피해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대통령까지 여성·청소년 범죄의 수사 공백을 언급했다는 사실은 정부도 이 불안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승원 후보자 의혹보다 더 큰 문제


김승원 후보자는 아직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논란은 ‘임명’이 아니라 후보자 지명과 검증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다.


김 후보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 절차를 신속히 살펴봐 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한 사실은 확인됐다. 브로커와 정치후원금 500만 원 한도에 관한 대화를 나눈 사실도 보도됐다.


그러나 실제 후원금은 전달되지 않았고, 김 후보자의 연락 때문에 임상시험이 특혜 승인됐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도 법원에서 확정되지 않았다.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 역시 무혐의는 아니지만 유죄판결도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핵심 증인 채택에 응하지 않았다. 한동훈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답하기보다 그가 비공개 수사자료를 어디에서 입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자료 입수 과정에 위법이 있었다면 그것도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한동훈의 자료 출처가 김승원 후보자의 민원 전달과 후원금 대화를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두 문제는 각각 밝혀야 한다.


국민이 의심하는 것은 김 후보자 개인만이 아니다.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정부와 여당이 진실을 밝히려 하는가, 아니면 자기편부터 보호하려 하는가를 지켜보고 있다.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은 때로 의혹 자체보다 의혹을 대하는 권력의 오만이다.


 그 건너편에 선 한동훈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내려가는 건너편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떠오르고 있다.


그는 거대 여당을 상대로 김승원 후보자 의혹을 파고들었다. 문자와 통화 내용, 수사 과정과 처분을 추적하며 정부·여당이 피하고 싶어 하는 질문을 국회 한복판에 던졌다.


민주당은 그를 향해 ‘악마의 편집’, ‘캐비닛 정치’라고 공격했고 국회 퇴출까지 거론했다. 정작 한 의원이 몸담았던 국민의힘 지도부도 선뜻 손을 잡지 않았다.


장동혁 대표는 최근 민주당의 한 의원 압박을 비판하며 김 후보자 문제에서는 공동전선을 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아무 협력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 의원이 확보한 자료와 공격력은 필요로 하면서도, 그에게 정치적 주도권이 돌아가는 것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친한동훈계가 복당과 청문위원 참여를 주장하자 지도부는 ‘개인플레이가 아닌 팀플레이’를 강조하며 선을 그었다.


가장 준비된 공격수를 경기장 밖에 세워놓고 팀플레이를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국민의힘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한동훈의 재부상이 아니다. 정부·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야당의 존재 이유를 잃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승원 후보자의 의혹보다 한동훈에게 돌아갈 스포트라이트를 더 걱정한다면, 그 당 역시 국민에게 희망이 될 수 없다.


 한동훈은 왜 희망으로 비치는가


한동훈이 희망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그가 완벽해서가 아니다.


기존 정치권이 국민이 묻는 질문을 피할 때, 그는 적어도 질문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거대 여당의 숫자와 정부 권력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 무기력한 야당에 실망한 국민에게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한 의원 역시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성공한 로비’, ‘독약 로비’, ‘구치소에 가야 한다’는 식의 단정적인 표현은 정치적 주목도를 높일 수 있지만 사실관계가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전에 상대를 유죄로 몰아갈 위험이 있다. 공개한 수사자료의 입수 경로에 대해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할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 폭로와 공격만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는 없다.


한동훈이 일시적인 ‘정권 저격수’를 넘어 진정한 대안이 되려면 검찰개혁 이후의 형사사법체계, 여성범죄 피해자 보호, 청년의 주거와 일자리, 경제와 외교에 대해 구체적인 국가 운영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싸움을 잘하는 정치인과 나라를 잘 이끄는 지도자는 같을 수도 있지만,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다.


국민이 한동훈에게 기대하는 것은 또 하나의 강한 권력이 아니다. 권력 앞에서는 강하면서도 국민의 불안 앞에서는 겸손한 지도자다.


국민은 지금 심판자이면서 피해자다


정치권은 지지율이 떨어지면 메시지를 바꾸고, 인물을 교체하고, 상대 진영을 공격한다. 그러나 국민은 정치권의 전략 속에 존재하는 숫자가 아니다.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수사될지 걱정하는 여성, 집값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청년, 장사가 되지 않는 자영업자,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가 바로 그 숫자 속에 있다.


국민은 판단의 주체이지만 동시에 잘못된 정치의 피해자다.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야당이 잘해서만이 아니다. 정부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민주당이 민심보다 권력 방어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경고다.


그 건너편에서 한동훈이 희망으로 떠오르는 것도 그가 이미 검증을 끝낸 지도자이기 때문은 아니다. 기존 권력이 외면한 질문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그러나 그 선택이 단순히 이재명이냐 한동훈이냐, 민주당이냐 국민의힘이냐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누가 국민의 불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지, 누가 실제 제도와 정책으로 해결하려 하는지를 가려내야 한다.


대통령과 민주당에는 아직 국민의 질문에 답하고 잘못된 정책을 고칠 시간이 있다. 한동훈에게는 자신이 분노의 대변자를 넘어 희망의 설계자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할 시간이 있다.


희망은 누군가의 추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한동훈의 진정한 시험은 대통령과 민주당이 무너지는 순간이 아니라, 불안에 떠는 국민에게 자신은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답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 이 칼럼은 2026년 9월 14일까지 공개된 사실과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리얼미터 조사의 세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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