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을 묻기 전에, 오늘을 묻자”
지형덕 기자/시사k뉴스
강원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성공’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하루’다
요즘 청소년 담론을 들여다보면, 더 이상 “꿈을 크게 가져라”는 말이 중심에 서지 않는다. 대신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조용히, 그러나 깊게 자리 잡고 있다.
2025년을 관통하는 청소년 트렌드인 ‘아주 보통의 하루(Aboha)’와 ‘지속가능한 행복’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경쟁 과잉 사회에 대한 세대적 응답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지금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변하지 않는 토대, 달라진 환경
삼성·SK·현대 창업주들의 교육 철학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분명하다.
이병철의 인문학적 깊이, 최종현의 과학적 탐구정신, 정주영의 근면과 성실.
이 세 가지는 시대를 관통해 성공의 기본 토대로 작동해 왔다.
문제는 가치가 아니라 환경이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로 살아가며, AI·SNS·메타버스라는 압축된 세계 속에서 성장한다.
경쟁은 빨라졌고, 비교는 일상이 되었으며, 실패에 대한 회복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성공 공식’을 주입하는 교육은 오히려 아이들을 지치게 만든다.
‘아보하’가 말해주는 것
‘아주 보통의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흐름은 소확행의 연장이 아니다.
이 트렌드는 성과 중심 사회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며,
행복을 미래의 보상으로 미루지 않겠다는 세대의 선언에 가깝다.
강원 청소년들에게 이 메시지는 더욱 현실적이다.
자연과 가까운 환경, 비교적 느린 생활 리듬, 공동체적 관계망은
이미 ‘지속 가능한 삶’을 연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강점을 교육이 충분히 살려주고 있는가이다.
강원 청소년에게 필요한 세 가지 확장
첫째, 일상의 의미를 읽는 힘이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경험, 친구와의 깊은 대화, 작은 성취를 기록하는 습관은
입시 성과로 바로 환산되지는 않지만, 평생을 지탱하는 내적 근력을 만든다.
둘째, 인문과 과학의 융합적 학습이다.
AI 시대일수록 기술을 다루는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해석하는 힘이다.
인문학적 사고 위에 과학적 탐구가 올라갈 때, 진짜 미래 역량이 만들어진다.
셋째, 근면의 재해석이다.
정주영 회장이 말한 근면은 단순한 ‘열심히’가 아니다.
꾸준히 배우고, 쉽게 포기하지 않으며, 자신의 속도로 끝까지 가는 태도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은 여전히 이런 인간적 성실성이다.
‘지속가능한 행복’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환경, 건강, 관계, 지역사회.
이 네 가지는 앞으로의 교육에서 선택 과목이 아니라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한다.
도시농업, 생태 프로젝트, 지역 봉사, 마을 기반 학습은
강원 청소년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미래 교육 콘텐츠다.
성공을 수도권 탈출로 정의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의미 있게 살아가는 삶의 모델을 제시할 때
강원 교육은 비로소 시대와 만난다.
기자의 질문
우리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의 꿈은 무엇이냐”고.
이제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너의 하루는 안녕한가.”
강원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성공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평범한 하루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이다.
인문학과 과학을 함께 배우고,
근면하게 자신의 삶을 설계하며,
지속 가능한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교육.
그것이 2026년,
강원 교육이 던져야 할 가장 시대적인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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