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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동해의 내일을 묻다 ⑰ 하나로 묶인 두 항구, 이제 역할을 다시 물어야 한다

  • #지형덕 기자
  • 입력 2026.07.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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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king Tomorrow of Donghae

좋은 질문이 도시의 미래를 만듭니다.

Good Questions Shape the Future of a City.


-동해항은 국가 물류항으로, 묵호항은 관광·여객·어항으로-


동해시에는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진 두 개의 항구가 있다.


하나는 산업과 물류를 담당하는 동해항이다.


또 하나는 어선과 여객선, 시장과 골목, 등대와 관광이 어우러진 묵호항이다.


두 항구는 같은 동해시에 있지만 역사도 다르고, 이용하는 사람도 다르며, 도시에서 담당해야 할 역할도 다르다.


그러나 법과 행정에서는 두 항구가 ‘동해·묵호항’이라는 하나의 국가관리무역항으로 묶여 있다.


이제는 물어야 한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항구를 언제까지 하나의 틀 안에서 관리해야 하는가.


동해항은 국가 산업과 물류를 담당하는 항만이다.


시멘트와 석회석 등 대량화물을 처리하고, 산업단지와 발전시설, 국제항로와 연결되는 국가 기반시설의 성격이 강하다.


동해항의 경쟁력은 더 큰 선박을 안전하게 수용하고, 화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며, 배후 산업과 연결되는 데서 나온다.


따라서 동해항은 앞으로도 국가가 책임지고 투자해야 할 동해안의 핵심 물류항으로 발전해야 한다.


반면 묵호항은 방향이 다르다.


묵호항에는 어선이 들어오고 수산물이 거래된다.


울릉도로 향하는 여객선이 출항하며, 여행객들은 묵호역에서 내려 항구와 중앙시장, 논골담길과 묵호등대를 걷는다.


묵호항은 화물을 많이 처리하는 항구라기보다 사람을 맞이하고, 지역의 삶과 문화를 보여주는 항구에 가깝다.


하나는 물류의 항구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의 항구다.


두 항구의 역할을 명확하게 나누는 것이 동해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 될 수 있다.


현재는 분리된 항만이 아니다


정책을 제안하려면 먼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현재 동해항과 묵호항은 각각 독립된 관리항이 아니다.


두 항구는 법적으로 ‘동해·묵호항’이라는 하나의 국가관리무역항으로 지정돼 있으며, 해양수산부 소속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이 항만시설과 운영을 관리한다.


따라서 묵호항을 관광·여객·수산 중심의 항만으로 독립시키려면 명칭만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항만의 법적 지위와 항만구역, 관리주체, 항만기본계획을 함께 바꾸는 국가 차원의 결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동해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동해시가 정책 필요성을 제기하고, 강원특별자치도가 관리 의사와 재정계획을 마련하며, 해양수산부가 항만의 기능과 국가적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시행령 개정까지 추진해야 한다.


결코 간단한 과정은 아니다.


그러나 어렵다는 이유로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면 묵호항의 미래 역시 지금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분리는 목적이 아니라 기능 재편의 수단이어야 한다


항만 분리가 그 자체로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관리주체만 바뀌고 묵호항의 모습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시민에게 돌아오는 실익은 크지 않다.


분리의 목적은 분명해야 한다.


동해항은 국가 물류와 산업에 집중하고, 묵호항은 여객·관광·수산·친수공간으로 집중 육성하는 것이다.


묵호항에서 대규모 산업화물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어선과 여객선의 안전한 운항 환경을 강화하며, 항만과 도시 사이의 막힌 공간을 시민과 여행객에게 더 많이 돌려주는 방향을 검토할 수 있다.


여객터미널과 중앙시장, 수변공원, 논골담길, 묵호등대를 하나의 보행 동선으로 연결하고, 항구 주변에 지역 음식과 문화, 공연과 체험이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항만이 도시와 단절된 시설이 아니라 도시의 현관이 되어야 한다.


다만 관광항으로 전환한다는 이유로 묵호항의 어업 기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묵호항의 정체성은 관광시설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바다에서 일해 온 어민과 시장 상인들의 삶에서 형성됐다.


따라서 묵호항의 미래는 관광항과 어항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관광·여객·수산이 공존하는 복합해양항이어야 한다.


묵호항 분리의 기대효과


첫째, 항만의 발전 방향이 명확해질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산업물류항과 관광·어항이 하나의 국가관리무역항으로 묶여 있으면 국가 항만정책에서 물동량과 산업 기능이 우선될 가능성이 크다.


묵호항이 별도의 항만으로 재편되면 관광·여객·수산과 시민 친수공간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기본계획을 세울 수 있다.


둘째, 지역과 가까운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가 관리하는 항만으로 전환된다면 지역관광과 수산업, 도시재생 정책을 항만계획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할 여지가 생긴다.


셋째, 묵호항의 브랜드를 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


‘동해·묵호항’이라는 통합 명칭 속에서 묵호항의 역사성과 관광 정체성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묵호항이라는 독립된 이름과 비전을 가질 때 항구 자체가 도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넷째, 항만과 원도심의 상생 가능성이 커진다.


여객과 관광 기능이 안정적으로 확대되면 중앙시장, 발한동과 묵호진동의 상권, 숙박과 음식업, 작은 가게에도 방문객의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분리에는 비용과 책임도 따른다


좋은 점만 보고 항만 분리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


국가관리항만은 항만시설의 개발과 유지에 국가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묵호항을 지방관리 체계로 전환할 경우 방파제와 부두, 준설, 재해복구, 안전시설의 유지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충분한 재원과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관리주체의 변경이 오히려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기존 화물 기능과 이용업체, 어업권, 항만시설의 소유와 사용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동해항과 묵호항의 항계와 수역도 새롭게 설정해야 하며, 선박 안전과 관제, 도선과 예선 운영체계도 재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묵호항 분리는 감성적 구호가 아니라 면밀한 비용·편익 분석과 법률 검토를 거쳐야 한다.


완전한 관리권 이관만이 유일한 답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법적 분리에 앞서 항만기본계획 안에서 묵호항을 관광·여객·수산 특화지구로 더욱 분명하게 지정하고, 지역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공동관리체계를 만드는 단계적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묵호∼울릉 항로, ‘승격’보다 ‘안정화’가 핵심이다


묵호항의 미래를 논할 때 울릉도 여객선은 빼놓을 수 없다.


묵호와 울릉도를 잇는 항로는 이미 공식 면허를 받은 연안여객 항로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새롭게 정기노선으로 승격해야 한다는 표현보다는, 현재 항로를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기항로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이 정확하다.


여행객에게 중요한 것은 법률상의 명칭보다 실제로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가이다.


운항일정이 계절과 수요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결항이나 휴항이 반복되며, 연중 운항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면 지역에서는 안정적인 관광상품과 상권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여객선이 들어오는 날만 붐비고 운항이 없는 기간에는 상권이 급격히 침체된다면 항로의 경제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묵호∼울릉 항로의 발전 목표는 단순히 운항 횟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최대한 긴 기간 동안 일정한 운항계획을 유지하고, 여행객과 지역 상인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


안정적인 항로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 충분한 여객 수요가 있어야 한다.


여객선은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므로 승객이 부족하면 운항을 지속하기 어렵다.


동해시와 울릉군, 강원특별자치도와 경상북도가 함께 관광상품과 교통연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묵호역에 도착한 철도 이용객이 여객선터미널까지 편리하게 이동하고, 울릉도 여행 전후로 묵호에서 숙박하고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항로의 계절성을 줄여야 한다.


겨울철 동해의 높은 파도와 기상 여건은 운항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현실적인 요인이다.


연중운항을 주장하기에 앞서 투입 선박의 내항성, 접안시설의 안전성, 결항률과 유지비용을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셋째, 선사의 경영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


운항 횟수만 행정적으로 요구해서는 지속할 수 없다.


항로가 지역교통과 관광에 갖는 공공성이 크다면 현행 법령과 제도 안에서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 검토해야 한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명확한 기준과 성과조건을 두고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


넷째, 묵호항 배후관광과 연결해야 한다.


여객이 터미널에서 바로 버스에 올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면 묵호항에는 주차와 혼잡만 남을 수 있다.


여객선 출항 전후에 묵호 중앙시장과 수변공원, 논골담길, 등대, 지역 음식점과 숙박시설을 이용하도록 체류동선을 설계해야 한다.


항로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흐름이 지역 안에서 소비와 경험으로 이어져야 한다.


울릉도 관문항이라는 도시 브랜드


묵호항은 울릉도로 떠나는 출발지이면서 동시에 여행자가 처음 만나는 동해의 관문이다.


이 기능을 제대로 살린다면 묵호는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 또 하나의 여행 목적지가 될 수 있다.


전날 묵호에 도착해 항구의 밤을 즐기고,


아침에 여객선을 타고 울릉도로 떠나며,


돌아오는 날에는 중앙시장과 골목을 걷는 여행.


묵호와 울릉도를 경쟁 관광지가 아니라 하나의 해양여행권으로 묶는 구상이 필요하다.


‘묵호에서 시작하는 울릉도 여행’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철도, 여객선, 숙박, 시장, 지역문화 프로그램을 연결한다면 항로는 교통수단을 넘어 지역경제의 축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식적인 타당성 검토다


동해시는 묵호항 분리를 곧바로 정치적 구호로 내세우기보다 먼저 객관적인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현재 통합 관리체계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별도 항만으로 분리할 경우 국가와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의 권한과 비용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묵호항의 화물·수산·여객·관광 기능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울릉 항로의 연중 안정화에 필요한 여객 수요와 재정은 어느 정도인지 분석해야 한다.


그 결과를 시민과 어민, 상인, 선사, 항만 이용기업에게 공개하고 충분히 토론해야 한다.


분리한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근거를 찾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현재 체계를 유지하면서 기능만 특화하는 방안, 단계적으로 관리권을 조정하는 방안, 완전히 독립된 지방관리항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좋은 정책은 강한 주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실을 확인하고, 여러 선택지의 장점과 부담을 함께 검토할 때 비로소 시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동해항과 묵호항은 서로 경쟁하는 항구가 아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함께 강해지는 항구다.


동해항은 국가산업과 북방물류를 향해 나아가고,


묵호항은 울릉도와 동해안을 잇는 여객관광과 수산문화의 항구로 발전할 수 있다.


하나는 화물과 산업을 통해 동해의 경제를 지탱하고,


다른 하나는 사람과 여행, 지역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의 온기를 만든다.


하나로 묶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두 항구가 각자의 이름과 역할로 동해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오늘의 질문


동해항과 묵호항은 앞으로도 하나의 항만으로 관리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까요?

동해항은 국가 물류와 산업에 집중하고,

묵호항은 관광·여객·수산 중심 항만으로 독립적인 발전계획을 세우는 것이 동해시에 더 큰 기회가 되지는 않을까요?


그리고 묵호∼울릉 항로를 단순한 계절 관광노선이 아니라, 운항계획을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인 해양교통망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항구의 이름을 나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두 항구가 각자의 강점을 찾을 때 동해의 바다는 더 넓은 미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동해의 내일을 묻다』는 시민과 함께 동해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책·미래 칼럼입니다.

우리는 정답보다 더 좋은 질문을 던지고, 비판보다 더 나은 대안을 함께 찾습니다.

도시는 행정과 기업, 그리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의 미래입니다.


다음 편에서 다시 묻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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