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king Tomorrow of Donghae
좋은 질문이 도시의 미래를 만듭니다.
Good Questions Shape the Future of a City.
묵호의 가장 큰 자산은 풍경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이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 그 도시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으면 유명한 건물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다시 가고 싶은 이유를 물으면 대답은 달라진다.
골목에서 만난 사람,
우연히 들어간 작은 가게,
주인이 들려준 오래된 이야기,
바다를 바라보며 보냈던 한 시간.
사람들은 풍경을 사진에 담지만, 이야기는 마음에 담는다.
그래서 오래 사랑받는 도시는 볼거리가 많은 도시가 아니라,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 도시다.
동해에도 수많은 관광자원이 있다.
망상해변과 추암 촛대바위,
무릉계곡과 무릉별유천지,
천곡황금박쥐동굴,
묵호항과 묵호등대,
논골담길과 도째비골.
이름만 놓고 보아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관광지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도시의 정체성이 완성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장소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누가 살았으며, 어떤 삶이 이어져 왔는가를 들려주는 일이다.
묵호의 골목에는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이야기가 많다.
새벽마다 바다로 나갔던 어부의 삶,
만선의 기쁨과 빈 배로 돌아오던 날의 무거운 발걸음,
언덕길에 집을 짓고 가족을 지켜낸 사람들,
항구에 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던 상인들,
묵호역에 내려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사람들.
누군가에게 묵호는 관광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그 삶이야말로 묵호만이 가질 수 있는 이야기다.
도시는 종종 오래된 것을 낡았다고 생각한다.
골목을 정비하고,
벽을 새로 칠하고,
새로운 조형물을 세우면 도시가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물론 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새롭게 꾸미는 과정에서 원래 그곳에 있던 사람과 기억이 사라진다면, 도시는 깨끗해질 수는 있어도 고유함을 잃을 수 있다.
모든 골목을 관광지처럼 만들 필요는 없다.
오히려 오래된 흔적과 생활의 결을 존중할 때 그 도시는 다른 곳에서 흉내 낼 수 없는 얼굴을 갖게 된다.
세계의 여러 작은 도시도 건물만 보존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여행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호주의 작은 해안도시 포트페어리는 옛 선원과 포경업자, 해양사고와 항구의 역사를 걸으며 만나는 해양문화유산 산책길을 운영한다. 지역 안내자들은 건물의 연도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만든 사람과 사건을 들려준다. 일본 세토우치의 섬들은 쇠퇴하던 어촌과 빈집, 주민의 생활사를 예술과 연결해 세계적인 문화여행지로 변화시켰다. 중요한 것은 유명 작품만이 아니라 주민과 지역의 기억을 이야기의 주체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들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도시재생은 오래된 공간에 새로운 간판을 다는 일이 아니다.
그 공간이 품고 있던 기억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들려주는 일이다.
그렇다면 묵호의 이야기는 누가 기록해야 할까.
전문가와 행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랫동안 항구에서 일한 어민,
시장에서 장사해 온 상인,
골목에서 자녀를 키운 어르신,
묵호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
여행 중 이곳을 만나 마음이 움직였던 방문객.
이들이 모두 묵호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시민의 기억을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오래된 사진 한 장,
부모님에게 들은 항구 이야기,
사라진 가게의 이름,
골목에서 불리던 별명,
배가 들어오던 날의 풍경,
청년 시절 묵호역에서 떠났던 기억.
이런 작은 이야기들이 모이면 한 도시의 역사책이 된다.
그리고 그 기록은 전시관 안에만 보관되어서는 안 된다.
골목의 안내판,
음성 해설,
짧은 영상,
지역 상점의 엽서,
산책지도,
학교 수업,
버스킹과 연극,
차 한 잔을 마시며 듣는 주민 이야기로 다시 살아나야 한다.
묵호를 찾은 여행자가 휴대전화로 안내 표지를 비추면, 그 골목에서 평생을 살아온 주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어떨까.
“이 길은 예전에 배에서 내린 생선을 시장으로 나르던 길이었습니다.”
“저 집 앞에서는 동네 아이들이 모여 놀곤 했습니다.”
“바다가 거칠던 날이면 마을 사람들이 등대 불빛을 바라보며 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 순간 여행자는 단순히 골목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묵호의 시간 속을 걷는 사람이 된다.
지역의 작은 가게도 이야기의 거점이 될 수 있다.
찻집에서는 묵호를 다녀간 여행자들의 글을 읽고,
책방에서는 항구와 바다를 다룬 지역 이야기를 만나며,
공방에서는 폐어구와 바다 유리로 만든 작품을 보고,
식당에서는 음식에 담긴 어촌의 생활사를 들을 수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이야기가 더해지면 기억이 된다.
같은 골목이라도 누군가의 삶을 알고 걸으면 전혀 다른 길이 된다.
이야기는 상품에 가격만 더하는 것이 아니다.
그 상품과 장소를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든다.
그러나 경계할 점도 있다.
사람의 삶을 관광상품으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가난했던 시절이나 힘들었던 노동을 낭만적인 풍경으로 포장해서도 안 된다.
주민의 동의 없이 개인의 기억을 이용하거나, 실제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순간 도시의 서사는 진정성을 잃는다.
도시의 이야기는 행정이 만들어 주민에게 전달하는 홍보문구가 아니라, 주민이 직접 말하고 함께 결정하는 공동의 기록이어야 한다.
이야기의 주인은 끝까지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이어야 한다.
동해시가 이야기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시민 생활사 기록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어르신들의 구술을 영상과 음성으로 남기고, 오래된 사진과 편지, 생활도구를 수집해야 한다.
둘째, 흩어진 이야기를 연결하는 동해 이야기 지도가 필요하다.
묵호항과 논골담길, 중앙시장, 묵호역, 등대와 수변공원을 단순한 관광 동선이 아니라 사람과 사건을 따라 걷는 서사형 길로 만드는 것이다.
셋째, 시민과 청년이 참여하는 로컬 스토리텔러를 길러야 한다.
해설사가 정해진 설명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발굴하고, 글과 사진, 영상, 공연으로 전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이야기가 지역 상권과 문화예술, 교육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록만 하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시민의 일자리와 지역의 새로운 콘텐츠로 연결되어야 한다.
묵호에는 이미 좋은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여행자들이 찻집과 카페에 글을 남기고,
골목의 작은 전시장이 주민과 작가의 기억을 보여주며,
항구를 걷던 사람이 자신만의 묵호를 사진과 음악으로 기록한다.
이것은 단순한 방문 후기가 아니다.
한 사람의 여행이 도시의 새로운 이야기가 되는 과정이다.
도시는 행정이 만든 홍보영상만으로 알려지지 않는다.
여행자가 자기 언어로 다시 이야기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브랜드가 된다.
앞으로 동해의 관광정책은 “무엇을 더 만들 것인가”만 묻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가진 것을 어떻게 더 깊이 들려줄 것인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새로운 시설은 시간이 지나면 낡는다.
유행하는 관광 콘텐츠도 언젠가는 다른 것으로 바뀐다.
그러나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는 세대가 바뀌어도 남는다.
아버지가 바다에서 일했던 이야기,
어머니가 시장을 지켰던 이야기,
한 청년이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이야기,
여행자가 묵호에서 위로를 받았던 이야기.
그 이야기들이 모여 도시의 얼굴이 된다.
동해는 바다를 가진 도시다.
그러나 바다를 가진 도시는 많다.
동해에는 항구가 있다.
그러나 항구가 있는 도시도 많다.
결국 동해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다와 항구 그 자체가 아니다.
그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온 사람들,
그 항구에서 울고 웃었던 사람들,
그 골목을 지나며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동해가 팔아야 할 것은 만들어 낸 이미지가 아니라, 오래 살아낸 진짜 시간이다.
오늘의 질문
우리는 동해의 이야기를 얼마나 소중하게 기록하고 있습니까?
사라져가는 골목과 가게,
어르신들의 기억,
항구 노동자의 삶,
여행자들이 남긴 짧은 글을 우리는 도시의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그리고 오늘 우리가 기록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는 동해의 진짜 이야기를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도시는 건물로 만들어지지만,
도시의 정체성은 기억으로 완성됩니다.
『동해의 내일을 묻다』는 시민과 함께 동해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책·미래 칼럼입니다.
우리는 정답보다 더 좋은 질문을 던지고, 비판보다 더 나은 대안을 함께 찾습니다.
도시는 행정과 기업, 그리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의 미래입니다.
다음 편에서 다시 묻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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