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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동해의 내일을 묻다⑫ 도시는 걷고 싶은 길에서 완성된다

  • #지형덕 기자
  • 입력 2026.07.2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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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king Tomorrow of Donghae

좋은 질문이 도시의 미래를 만듭니다.

Good Questions Shape the Future of a City.


-세계의 작은 항구도시가 우리에게 주는 힌트-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유명한 관광지는 시간이 지나면 이름만 기억난다.


하지만 어떤 도시는 그 거리를 걸었던 기억이 오래 남는다.


왜 그럴까.


사람은 건물을 기억하기보다 걸으며 느꼈던 분위기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많은 해양도시들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미국의 몬터레이는 작은 어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해안 산책길과 바다를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 지역 상권과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로 많은 여행객을 끌어들인다.


캐나다의 빅토리아 역시 항구를 중심으로 거리 공연과 카페, 산책로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일본의 오타루는 오래된 창고와 운하를 허물지 않았다.


대신 그 공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입혔다.


구라시키도 오래된 거리를 지우지 않고 사람들이 천천히 걸으며 머물 수 있는 도시로 만들었다.


이 도시들은 화려한 랜드마크보다 사람이 걷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묵호를 떠올려 본다.


묵호등대에서 논골담길을 지나 수변공원으로 이어지는 길.


골목과 바다,


시장과 항구,


카페와 작은 가게들이 이어지는 풍경.


이미 좋은 재료는 충분하다.


남은 과제는 그것들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좋은 산책길은 단순히 보도를 넓히는 것이 아니다.


중간에 잠시 쉬어 갈 벤치가 있고,


거리에서 음악이 흐르고,


지역 예술가들이 작품을 전시하며,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작은 광장이 있다.


걸음을 멈출 이유가 생길 때 사람들은 오래 머문다.


그리고 오래 머무는 도시일수록 지역경제도 함께 살아난다.


오늘날 관광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왔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에 달려 있다.


한 시간 머무는 관광객보다,


하룻밤을 보내고 골목을 걷고 시장을 찾는 여행자가 지역에는 더 큰 활력을 준다.


그래서 걷기 좋은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도시의 경제를 움직이는 자산이기도 하다.


묵호는 이미 동해안에서 보기 드문 조건을 갖추고 있다.


등대와 항구,


골목과 벽화,


수변공원과 중앙시장,


그리고 바다가 한 걸음 거리에 이어져 있다.


이 공간들을 자동차보다 사람의 속도에 맞춰 연결한다면 묵호는 더욱 특별한 도시가 될 수 있다.


도시는 거대한 건축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이 천천히 걷고,


잠시 앉아 쉬고,


음악을 듣고,


차 한 잔을 마시며,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곳.


그런 길이 도시의 품격을 만든다.


오늘의 질문


묵호에서 가장 걷고 싶은 길은 어디입니까?


그리고 그 길에 음악과 이야기, 사람들의 웃음이 더해진다면 어떨까요?


도시의 미래는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미 있는 길을 더 사랑받는 길로 만드는 것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동해의 내일을 묻다』는 시민과 함께 동해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책·미래 칼럼입니다.


우리는 정답보다 더 좋은 질문을 던지고, 비판보다 더 나은 대안을 함께 찾습니다.


도시는 행정과 기업, 그리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의 미래입니다.


다음 편에서 다시 묻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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