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정치인 대신 시장 상인·장애인 모녀·은퇴 교장 선생이 무대에 섰다… ‘주민 중심 정치’ 실험에 쏠리는 시선
순류(順流)인가, 역류(逆流)인가
한동훈의 부산 북구 개소식이 던진 정치적 질문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 우리는 늘 비슷한 장면을 본다.
유명 정치인들이 줄지어 등장하고, 현수막과 박수 소리가 공간을 메운다.
단상 위에는 중앙 정치의 거물들이 서고, 정작 지역 주민들은 배경처럼 소비된다.
선거는 “국민을 위한 축제”라고 말하지만, 실제 현장은 권력의 과시와 세 결집의 무대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한동훈의 부산 북구 개소식은 꽤 낯설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기존 정치 문법에서 벗어난 하나의 ‘이질감’에 가까웠다.
그래서 기자는 문득 이런 질문을 떠올렸다.
“이것은 시대의 순류(順流)인가, 아니면 거대한 정치 흐름을 거스르는 역류(逆流)인가.”
이번 개소식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유명 정치인들의 부재’였다.
보통의 정치 행사라면 중앙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 유명 인사들이 대거 등장해 세를 과시했겠지만, 한동훈은 그 공식을 거의 의도적으로 비켜갔다.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정치권 인사라고는 국민의힘 당적까지 내려놓고 한동훈을 돕고 있는 서병수 전 부산시장, 보수 논객 조갑제, 정미경 전 국회의원 정도였다.
그 외 무대의 중심은 철저히 부산 북구 주민들이었다.


사진/ 한동훈 유투브에서 캡쳐
시장 골목에서 평생 채소를 팔아온 할머니.
장애인 복지의 현실을 이야기하던 장애인 모녀.
지역 상인과 자영업자들.
퇴직 경찰서장과 은퇴 교장선생, 노인대학장까지.
정치인의 개소식이라기보다, 마치 동네 공동체의 생활 토론회이자 작은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누군가는 이를 보여주기식 연출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날 행사에서만큼은 “주민이 주인공”이라는 메시지가 분명히 읽혔다.
사실 한국 정치에서 가장 흔하게 소비된 단어 중 하나는 “국민”이다.
정치인들은 선거철마다 애국심을 말하고, 지역 사랑을 외치며, 주민의 종이 되겠다고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 많은 유권자들이 경험한 현실은 달랐다.
권력은 일부 측근에게 집중되고, 정치는 시민의 삶보다 계파의 이해관계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민과 함께 찍었던 사진은 홍보물이 되었지만, 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제자리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이번 한동훈의 개소식이 신선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거창한 메시지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를 중앙 권력의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로 채웠다”는 점에 있다.
그는 부산 북구에서 정치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오직 북구 발전만을 위해 뛰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인의 말은 언제나 검증의 대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는 결국 결과로 평가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만큼은, 한동훈은 기존 정치의 익숙한 무대 장치를 걷어내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그것이 진정성 있는 새로운 정치 실험인지, 아니면 시대 흐름을 잘 읽은 전략적 연출인지는 앞으로 시간이 증명할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오늘날 시민들은 더 이상 거대한 구호에 쉽게 감동하지 않는다.
유명 정치인들의 줄세우기와 세 과시에도 피로감을 느낀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지역의 언어로 이야기하며,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치의 중심에 세우는 정치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한동훈의 이번 선택은 역류가 아니라, 어쩌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순류일지도 모른다.
정치가 권력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부산 북구에서 시작된 이 낯선 장면이 한국 정치에 어떤 파문을 남길지, 조용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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