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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덕칼럼] BTS 이후,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서울의 밤은 이미 충분히 뜨거웠다.

  • #지형덕 기자
  • 입력 2026.03.21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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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디를 갈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서 회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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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컴백 무대가 펼쳐진 광화문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감정이 한곳에 응축된 거대한 장이었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은 같은 순간을 공유했고,

그 순간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하나의 집단적 감정으로 확장되었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그 이후는 다르다.


문제는 공연이 아니라,

공연이 끝난 뒤다.


우리는 오랫동안 여행을 ‘확장’의 개념으로 이해해왔다.

더 많이 보고, 더 멀리 가고, 더 강한 자극을 경험하는 것.


그러나 지금, 그 공식은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강렬한 경험 이후,

사람들은 더 큰 자극을 찾기보다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취향의 변화가 아니다.

감정의 구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흥분은 지속되지 않는다.

감정은 결국 정리를 요구한다.


이 지점에서 여행의 의미는 달라진다.

여행은 더 이상 ‘소비’가 아니라

‘정리’의 과정이 된다.


그리고 바로 이 틈에서

우리는 새로운 흐름을 발견하게 된다.


동해안의 작은 항구,

  묵호


이곳은 관광지의 조건을 거의 갖추지 못한 장소처럼 보인다.

화려한 콘텐츠도, 대규모 인프라도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장소는

이전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묵호는 무엇을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무엇을 비워내는 곳이다.


서울이 감정을 증폭시키는 공간이라면,

묵호는 감정을 가라앉히는 공간이다.


서울이 밀도를 높인다면,

묵호는 여백을 만든다.


이 대비는 단순한 지역의 차이가 아니라,

현대 관광의 새로운 구조를 설명한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흐름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이벤트 → 감정 → 회복


도시는 이벤트를 제공하고,

문화는 감정을 발생시키며,

자연은 그것을 정리한다.


이 세 단계는 더 이상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경험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변화는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가진다.


그동안 지방은 ‘부족한 공간’으로 이해되어 왔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콘텐츠가 부족하며,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 거리는 약점이 아니라 기능이 된다.


도시가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지방이 제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강원도는 더 이상 ‘보조적 관광지’가 아니다.


오히려

현대인의 감정 구조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다.


강원은 관광지가 아니라 ‘회복지’다.


이 정의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앞으로의 관광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묵호는 그 시작점이다.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선택된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앞으로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제 질문은 달라진다.


어디를 갈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서 회복할 것인가


서울은 이미 역할을 다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이후다.


그리고 그 이후는

소리보다 파도가 먼저 도착하는 곳에서 시작된다.

 

당신이라면 어디로 가겠는가.

Where will you go next? 


필자

시사K뉴스 지형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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