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감 선거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오늘 발표된 여론조사와 잇따른 출마 선언은 이 선거가 더 이상 예열의 단계가 아니라,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진입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나 선거의 열기가 높아질수록 한 가지 오래된 장면이 다시 반복될 조짐을 보인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 그리고 그 프레임 속에서 소모되는 교육의 본질이다.
말로는 누구나 말한다.
교육감은 정치로부터 초연해야 한다고.
이념보다 아이가 우선이라고.
그러나 현실의 교육감 선거는 그 선언과는 정반대의 궤적을 그려왔다. 선거가 임박할수록 후보들은 교육의 언어 대신 정치의 언어를 차용했고, 교육 현장은 비전의 경쟁장이 아니라 진영 대결의 연장선이 되어버렸다.
그 결과는 분명했다.
오직 교육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한 후보들, 학교와 교실의 언어로 정책을 설계한 교육전문가들은 번번이 빛을 보지 못했다. 교육의 장기적 설계보다 즉각적인 동원 논리가 우위를 점했고, 아이들의 10년 후보다 선거의 10주가 더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만큼은 달라지기를 바란다.
아니, 달라져야 한다.
지금 강원 교육이 직면한 현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는 통계가 아니라 학교의 생존 문제로 다가왔고, 지역 간 교육 격차는 ‘기회의 불평등’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지만, 그 속도와 방향을 감당할 준비는 학교마다 다르다. 여기에 다문화·이주배경 학생의 증가, 교원의 소진, 기초학력 문제까지 겹치며 교육은 어느 때보다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감에게 필요한 자질은 분명하다.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을 이해하는 구조적 사고,
이념적 확신이 아니라 현장을 읽는 경험과 데이터,
선명한 진영 논리가 아니라 아이 한 명, 교사 한 사람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직업적 윤리다.
이제 유권자에게도 변화가 요구된다.
누가 어느 진영의 지지를 받는지, 어떤 정치적 상징을 동원하는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후보는
학교 현장의 언어로 공약을 설명하는가
단기 성과가 아닌 최소 10년의 교육 로드맵을 제시하는가
작은 학교와 대도시 학교를 동시에 살리는 정교한 해법을 갖고 있는가
교사를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가, 전문직으로 존중하는가
아이를 통계로 보는가, 성장하는 존재로 바라보는가
공약은 구호가 아니라 설계도여야 한다.
교육 비전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 경로를 동반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감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교육자여야 한다.
교육은 중립적일 수는 없지만, 정파적이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사회의 가치와 맞닿아 있지만, 특정 이념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역할은 승자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출발선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강원도교육감 선거가 진영의 재현이 아니라, 교육의 혁신이 시작되는 분기점이 되기를 바란다.
누가 더 큰 구호를 외치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깊이 교육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 선거.
누가 더 정치적인지가 아니라, 누가 더 교육자다운지를 가려내는 선거.
아이들의 시간은 선거보다 빠르게 흐른다.
이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교실은 남고, 학생들은 자라며, 교육의 결과는 조용히 누적된다.
그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된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선택받아야 한다.
이번만큼은 정말로,
교육전문가가 당선되는 이노베이션의 순간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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