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 도민체전 상징물에 빠진 ‘가장 현재적인 얼굴’
지형덕기자/시사k뉴스
동해시가 2026년 제61회 강원특별자치도민체육대회의 엠블럼과 마스코트, 구호를 확정했다.
행정 절차는 매끄럽고, 디자인 완성도 역시 무난하다.
그러나 상징물 발표 이후 남는 인상은 안도감이 아니라 의문이다.
이 상징물(구호)은 과연 ‘지금의 동해’를 담고 있는가.
상징은 안전했지만, 그래서 더 낡아 보인다
이번 대회의 구호는
“별유천지 동해에서 도약하는 강원의 힘.”
문제는 이 문장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 편파적이라는데 있다.
‘별유천지’는 동해시의 신상품이다.
그러나 그 자체가 동해시의 상징이 되지 않는 시대다.
도시는 반복되는 구호로 기억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실제로 걷고, 찍고, 머무는 장소여야 기억된다.
지금 동해에서 그 장소는 단연 묵호다.
요즘 동해를 말할 때, 묵호를 빼는 건 의도적인 선택이다
묵호는 우연히 뜬 곳이 아니다.
석탄,시멘트 수출 전진기지 묵호항, 등대, 골목, 바다, 그리고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다.
관광객은 물론, 사진가와 여행 작가, 영상 크리에이터들이
동해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호출하는 이름이 묵호다.
그럼에도 이번 도민체전 상징물 어디에서도
묵호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건 단순한 누락이 아니다.
가장 현재적인 동해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선택이다.
도민체전은 체육행사이자, 도시 브랜드의 선언이다
도민체전은 도민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개·폐회식, 중계 화면, 홍보물 하나하나가
동해시의 이미지를 외부에 각인시키는 도시 브랜딩의 무대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지금 이 시점에,
동해를 대표하는 가장 강력한 공간 서사인 묵호를
상징 체계 안에 담지 않았는가.
‘별유천지’와 ‘묵호’는 경쟁 관계가 아니다.
과거의 정체성과 현재의 흐름을 잇는 조합이다.
그 조합을 외면한 순간, 상징은 완성됐지만
도시는 현재형을 잃었다.
안전한 상징은 논란을 피하지만, 감동도 피한다
이번 상징물은 무난하다.
그러나 무난하다는 말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시는 이제 설명의 시대가 아니라
체감의 시대에 있다.
묵호는 이미 체감되고 있는 공간이다.
그 사실을 외면한 상징은
아무리 정교해도 시대와 어긋난다.
아직 늦지 않았다, 그러나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상징물은 확정됐지만,
도민체전의 콘텐츠와 연출, 홍보 서사는 이제부터다.
묵호를 어떻게 이야기 속으로 다시 불러올 것인지,
동해시는 답해야 한다.
도시는 과거의 이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지금 가장 살아 있는 장소를 외면하는 순간,
도시는 스스로를 과거에 가둔다.
별유천지는 남았고,
묵호는 빠졌다.
이 선택이 전략이었는지, 관성의 결과였는지는
이제 시민과 도민이 판단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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