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정상회담으로 풀어야 한다
지형덕 | 시사K뉴스 기자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한두 가지 이슈로 설명되지 않는다. 철강 관세든, 주한미군 분담금이든, 어느 한 지점에서 파열이 발생하면, 그 여파는 전방위적이다. 지금 한미 관계는 그 위기 직전에 서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유의 협상 스타일을 고려할 때, 지금은 감정을 버리고 전략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트럼프는 “동맹은 비용”이라고 말한 인물이다. 한때 대한민국에 주둔한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올리겠다고 요구했고,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산 철강에도 예외 없이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심지어 브라질, 일본 같은 안보 동맹국에도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가차 없이 적용했다. 즉, 그는 동맹보다 숫자와 결과를 중요시하는 리더다.
현재 한국은 다시 이 트럼프식 계산법의 무대 위에 올랐다. 전 세계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급망 재편, 안보비용 증가라는 3대 흐름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한국은 안보와 경제 모두에서 미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민감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고위급 소통의 장을 3주 내에 성사시켜야 한다. 시간은 많지 않다. 그러나 불가능하지도 않다.
첫째, 관세 문제다. 한국은 미국의 IRA, 반도체법, 철강 쿼터 등으로 다양한 무역 장벽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은 ‘트럼프가 자랑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드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내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나 미국 제조업 일자리 창출 성과를 앞세워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로 포장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트럼프식 딜의 핵심이다.
둘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다. 2026년 재협상이 예정되어 있고, 트럼프는 과거처럼 급격한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가치’로 방점을 옮기는 것이다. 단순한 현금 분담이 아니라, 전략자산 현대화, 사이버·우주 안보 분야의 공동 투자 등으로 재해석하면 트럼프의 흥미를 끌 수 있다. 심지어 역외 작전(예: 인도태평양)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제안하면 미국 입장에선 더욱 긍정적이다.
셋째, 북한 문제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개인적 접촉을 정치적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 비핵화 진전은 더뎠지만, ‘대화의 문을 열어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중시한다. 우리는 남북 경협이나 인도적 지원 등의 문제에서 제한적 재개를 트럼프의 ‘성과’로 만들어줄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한 정치인이지만, 동시에 매우 예측 가능한 계산기를 들고 움직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이 거래에서 미국이 무엇을 얻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다.
한국은 지금, 자존심이 아닌 생존의 문제 앞에 서 있다. 전방위적 리스크를 막기 위해선, 3주 안에 전략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종합 해법을 패키지로 제시해야 한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미국에 실질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면, 트럼프도 그 거래를 받아들일 것이다.
감정은 버리고 인내하라. 그리고 철저히 준비하라. 그것이 이번 위기를 넘기는 유일한 길이다.
BEST 뉴스
-
[지형덕칼럼] 동해 AI데이터센터, 규모보다 수요와 효율을 증명해야 한다
AI 연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 등장…동해시와 GS는 단계별 수요·전력 사용·지역 혜택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 Emerging technologies aim to improve AI computing efficiency. Donghae and GS should explain phased demand, power requirements and tangible local benefits. AI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을 설명할 때... -
[지형덕칼럼] 동해시장, AI데이터센터의 ‘규모’보다 ‘실익’을 증명하라
GS의 냉각기술 개발과 도의회의 상생 요구가 던지는 질문…전력·물·고용·지역기업 참여를 검증 가능한 계획으로 제시해야 한다 GS’s cooling technology initiative and provincial calls for community benefits demand verifiable plans for power, water, employment and local business participation. 동... -
동해 AI데이터센터, 전기는 어디서 오나…화력발전 연계 계획 설명 필요
동해 AI데이터센터 캠퍼스의 전력공급과 관련해 화력발전소 연계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과 지역 환경에 미칠 영향을 설명할 필요가 제기된다. 대규모 전력 확보 여부와 함께 어떤 발전원에서 전기를 조달하고, 기존 발전소 운영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 -
[기자의눈]동해 AI데이터센터, 시민의 알권리에서 상생을 시작하자
전력·물·생활환경과 지역 일자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신뢰의 출발점…동해시와 GS가 사업 초기부터 공개하고 소통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Clear information on power, water, living conditions and local jobs is essential to trust. Donghae and GS should establish transparent communication from the outs... -
동해 AI데이터센터, 주민의 ‘열섬·농작물 피해’ 우려에 자료로 답해야
시사K뉴스|지형덕 기자 동해 AI데이터센터 주변 주민들이 걱정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열이다. 기존 산업시설이 들어선 지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까지 가동되면 여름철 생활환경과 인근 농작물에 부담이 더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주민설명회에서는 인근 포도농원의 피해를 호소하며 데이터센터 조성 이후 ... -
[지형덕칼럼] 강릉 AIDC 논란의 교훈…동해시장, 상생에도 ‘패스트트랙’을 적용하라
지형덕|시사K뉴스 강릉 AI데이터센터 유치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시민이 확인해야 할 핵심은 정당 간 비난의 강도보다 사업의 실제 준비 수준이다. 무엇이 확정됐고 무엇이 협의 중인지, 전력과 부지 등 필수 조건은 어느 단계까지 확보됐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국민의힘 강원지역 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