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대선’이 아니라 ‘비상대선’이었음에도 ‘비상’이라는 분위기는 당 전반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글:Enoch (a special contributor)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패배한지 나흘째. 김문수 대선후보가 대선 직후 해단식에서 큰절까지 올리며 일침을 날렸음에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정치질’을 일삼고 있다.
국민의힘은 아직도 국민들의 절반 가까이가 자신들을 지지하는 줄 착각하고 있다. 대선 이후 국민들 반응을 아예 외면하고, 보고 싶은 글과 듣고 싶은 말만 찾아서 되뇌고 있다. 그런 자신들의 행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탄핵, 지난해 총선 대패, 그리고 이번 대선 패배까지 불러왔음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뭐라고 비판할 수 없을 만큼 상식과 양심을 내다버린 모양새다.
당 대표라는 사람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규정하고, 거대 야당이 탄핵안을 밀어붙일 때 지리멸렬 당론도 못 모았다. 4개월이 넘는 탄핵정국에서는 열심히 싸우는 사람만 싸우고, 나머지는 국민들 앞에 코배기도 비추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 뒤에는 너도나도 대선에 출마할 거라고 설쳤다. 대선 후보 경선 직후 엉뚱한 사람을 새로 대선후보로 만들겠다고 난리 치고, 결국 당원들이 회초리를 든 뒤에야 마지못해 대선후보를 돕는 시늉만 했다.
본의 아니게 보름가량 대선판에 뛰어든 뒤 목격한 국민의힘 내부 모습은 한숨만 나왔다. 당원도 아닌 국민들이 이재명 정권 출현을 막겠다고 어떻게든 돕겠다고 달려왔음에도 정작 당 내부는 내부 권력지형에 따라 줄 세우기와 내부 견제에만 급급했다.
‘조기대선’이 아니라 ‘비상대선’이었음에도 ‘비상’이라는 분위기는 당 전반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흔한 선거처럼 느껴졌다. 야당 후보를 예리하게 찌르는 논평과 공약, 반론이 나와야함에도 그런 논평과 공약, 반론은 당 내부견제 때문에 중간 보고과정에서 사라지는 모습이 문외한에게도 보일 정도였다.
이런 난장판에도 불구하고, 투개표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서도 김문수 후보가 41.45%를 얻은 것을 기적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준 사람 대다수가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은 밉고 싫지만 김문수 후보를 보고 찍었다”는 말이다.
4439만 유권자 가운데 최소한 1439만 5639명이 청렴하고 꼿꼿한, 우파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사전투표가 아닌 본 투표만 보면 김문수 후보는 53.4%를 얻어 37.9%를 얻은 이재명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섰다.
수많은 국민이 사전투표와 재외국민투표에 대해 많은 의혹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의힘이 떠올려본다면 이제부터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다. 지금 당장 국민의힘 내부 정화에 나서는 것이다.
자신이 ‘철밥통 공무원’이라고 착각하는 당직자들과 ‘지역 영주’인양 행동하는 전·현직 의원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거대 야당과 싸울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로 당을 채워야 한다. 입법부에 이어 행정부까지 장악한 야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싸울 사람들을 당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김문수 후보를 당 대표로 앞세워 그 뒤에 숨어보려는 당 일각의 꼼수는 김 후보가 일갈한 것처럼 스스로가 ‘쓰레기정당’임을 인정하는 꼴이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내부의 적’이라는 쓰레기부터 청소하지 않으면, 김 후보가 천신만고 끝에 올려놓은 ‘최소 41.45%’의 득표율은 허공으로 사라진다.
‘파이터’를 모실 때 지역과 학연, 학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야당에게 흠집 잡힐 경력이 없으면서 얼마나 영리하게, 잘 싸울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런 사람이 국민의힘, 나아가 이 나라를 구할 인재다.
이런 인재를 모실 때 중요한 건 ‘권력에 따른 자리 안배’가 아니라 ‘파이터’들이 마음 놓고 싸울 수 있는 여건 마련이다. ‘파이터’들이 마음 놓고 야당과 싸우기 시작하면, 대선 결과에 절망하고 분노하던 유권자들도 다시 심기일전할 수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직자들, 이번 대선에서 뛰었던 사람들이 여전히 서울 여의도 주변만 맴맴 돌고 있는 지금 각 지역에서는 살벌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다음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싸움이 상대방이 아닌 아군의 등 뒤에서 공격하는 ‘자칭 아군’ 때문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런 ‘자칭 아군’은 다음 지방선거에서 야당을 막아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보다는 자기 자리를 찾는데 더 관심이 많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런 ‘내부의 적’을 일찌감치 제거하고, 각 시·도당이 ‘파이터’들을 지금부터 섭외해야 한다. 이런 포석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360일 남은 내년 지방선거 또한 이번 ‘비상대선’처럼 국민의힘 곳곳에 포진한 ‘내부의 적’ 때문에 패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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