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2-0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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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 선언, 한미동맹의 새 지평을 열다
    4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 중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이른바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한미동맹 수립 70주년을 기해 이뤄진 윤 대통령의 방문은 한미동맹의 전환을 위함이었다. 즉, 동맹이 앞으로 70년 더 견고하게 유지되면서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초석을 다지는 데 주력한 것이다. 그 결과 한미 양국 정부, 공기관과 기업은 전례없는 50여 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드러났듯, 두 나라는 새로운 영역과 분야에서의 미래 발전을 위한 협력의 기틀(프레임워크와 협의체 등)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이들 중 특히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창설, 한미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의 체결과 한미 양자정보과학기술협력 공동성명 서명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할 수 있겠다. 또한 글로벌 방위산업에서의 협력 강화를 위해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을 촉구한 것도 미래 협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이 밖에 사이버와 우주 공간, 그리고 원자력과 인터넷 및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에 대한 양국의 약속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워싱턴 선언’이다. 미국이 자국의 수도 명칭을 내세워 외국과의 선언을 명명한 적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동맹과의 군사안보협력을 명목으로 자국의 수도 이름을 내세운 적도 거의 없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개최된 ‘워싱턴 회의’ 군축회담만이 유일할 정도였다. 자유와 민주주의 대국 수도인 만큼 워싱턴의 이름으로 장식된 선언은 이전에도 몇 개 없었다. 가령, 주권회복(1918년 체코공화국), 평화중재(1994년 이스라엘-요르단관계), 역사청산(1998년 독일 나치의 인류 유산 탈취 반환 원칙) 등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들 결과물도 본래 공식 명칭이 있었으나 편의상 워싱턴 선언이라 불려졌다. 미국이 이처럼 동맹과의 관계 강화와 발전을 위해 자신의 수도 이름을 선뜻 내준 적이 없었던 사실만으로도 이번 ‘워싱턴 선언’은 가히 고무적인 결과라 할 수 있겠다. 더욱이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동맹국 한국의 안보와 안전을 지켜내겠다는 미국의 결의를 자국의 수도명을 내걸고 표현한 것은 외교사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라 평가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의 외교 역사에서 이런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번 ‘워싱턴 선언’은 북한 핵위협에 한미가 공동 대응하기 위한 기제(機制)를 창출한 것만으로도 지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미국의 대북 핵억지력을 위한 핵무기 의사결정권에 우리의 발언권, 의사권, 정보공유권이 최소한 외교적인 의미에서 모두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양국 정상이 합의한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으로 체현될 것이다. 혹자는 이 협의체가 나토(NATO)의 ‘ ’핵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보다 미국의 핵억지력 보장 수준이 낮아 실제적인 효과가 없을 것이라 평가한다. 그러나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나토의 핵기획그룹은 핵억지력 의사결정과정에서 정치적 통제력을 발휘하게끔 보장한다. 핵관련 논의에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게끔 되어 있다. 논의의 의제로 나토의 핵억지력의 전반적인 실효성, 핵무기의 안전성, 안보성과 유효성, 그리고 소통과 정보 체계 등이 포함된다. 우리와 미국의 ‘핵협의그룹’과 다른 점은 핵무기의 안정성, 안보성과 그 유효성 의제가 없는데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토와 달리 미국이 우리나라에 전술핵 배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워싱턴 선언’이 더 고무적인 것은 미국이 대한민국과 사상 처음으로 핵억지력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미국은 나토를 제외하고 그 어느 동맹과도 자신의 핵 운영 시스템에 대한 정보 공유는 물론 논의 자체를 한 적이 거의 없다. 미국만이 독점할 수 있는 미국만의 고유의 것이다. 때문에 그 어떠한 나라에게도 핵무기에 관한 정보와 결정권은 이른바 넘사벽이었다. 이런 넘사벽이 이번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간에 치워진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양자 차원에서 어떠한 나라와도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는 사실에서도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한미의 ‘핵협의그룹’이 나토의 ‘핵기획그룹’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할 부분은 협의 개최 회수다. 나토의 경우 1년에 1~2번 정도 협의가 개최된다. 반면 우리의 핵협의그룹은 분기마다 개최될 것이라는 것을 우리 대통령실 측이 지난 27일에 밝혔다. 한미 협의가 차관보급 수준에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혹자는 이를 나토의 국방장관급의 수준에 비교하며 의미를 폄훼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이 북한의 실질적인 핵위협에 노출된 나라의 핵억지력에 관한 논의는 실무에 대한 높은 이해력과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나서서 진행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한미동맹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번 ‘워싱턴 선언’의 가치와 의미는 역시 중국과 북한의 예민한 반응으로 반증된다. 중국은 27일 외교부 대변인 기자회견과 28일 자 「환구시보」 사설로 선언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국이 사전에 이를 베이징에 브리핑을 했음에도 말이다. 그것도 우리한테만 말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떤 나라, 어떤 군대도 힘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거나 시대 흐름에 역행에 침략을 확대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다”라며 선언을 도출한 우리를 비방했다. 「환구시보」 사설은 우리가 잘 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이 비현실적이고 새로운 위험만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더 자극하고 한반도의 안보 딜레마만 부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비평에서 가장 큰 문제는 ‘워싱턴 선언’의 대상과 목적을 의도적으로 오독한 데 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북한의 비평이 더 흥미로운 이유다. 북한은 선언에서 미 핵잠수함의 정기적인 기항에 주목했을 것이다. 북한은 특히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을 세상에서 제일 두려워한다. 그런데 이번 선언은 북한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괴물’의 정기적인 출현을 약속했다. 지난 2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원색적 비난이 모순을 보인 것이 이런 북한의 두려움의 방증이다. 그는 선언이 ‘극악한 산물이나 빈 껍데기’라며 비논리적이고 거의 실언적인 발언으로 당혹감을 내비쳤다.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동맹의 새 지평의 열림을 만천하에 알렸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의 안보, 안보이익, 외교 역량을 한 층 더 발휘하는데 주력해야겠다. 미국의 핵억지력 기획에서부터 운영까지 그 어느 나라에도 관여하거나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적이 없는 사실의 의미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한반도 지역과 관련하여 미국의 핵전력 작전 기획과 핵자산 운영에 대한 우리의 정치적 권한과 권리가 어느 정도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렇게 보장된 우리의 발언권, 의사권과 정보공유권을 우리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정부가 잘 활용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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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01
  • [박명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의 특별기고]내년도 경제정책방향 특징과 기대
    윤석열 정부는 지난 12월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통상 연말쯤 다음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대내외적 거시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 경제상황을 전망한다. 그런 다음, 거시경제에 대한 내년도 전망을 바탕으로 정부의 단기 거시경제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복합위기’라는 한마디 말로 요약한다. 코로나19 및 이에 대한 각국의 확장적 정책대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기인한 전세계적인 ①고물가 현상, 고물가를 진정시키려는 미국·EU 등의 ②고금리 정책,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에 따른 ③달러화 대비 원화의 약세, 이 세 가지 현상을 정부는 복합위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 요인들은 자국중심주의의 흐름과 맞물리며 세계 경제의 성장을 억누르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OECD가 지난 11월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도 세계 경제의 실질성장률은 2.2%라고 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이며, 약 5개월 전인 지난 6월 OECD가 발표한 전망치(2.8%)보다 0.6%p 낮아진 수준이다. 수출중심형 경제인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도 지난 6월 발표한 새정부의 첫 번째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된 전망치인 2.5%보다 0.9%p나 낮은 1.6%로 하향 조정됐다. 이 전망치도 정부가 위기요인들을 잘 관리해 우리 금융시장이나 부동산시장으로 부정적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하고, 세계 경제도 침체로 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하면,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더 하락하는 하방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불확실성 하에서 물가안정과 경기진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성장동력 확충 및 세대간 형평성 제고라는 난제까지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다음 네 가지로 설정했다. 첫 번째 방향은 거시경제 안정관리, 두 번째 방향은 민생경제 회복지원, 세 번째 방향은 민간중심 활력제고, 네 번째 방향은 미래대비 체질개선이다. ‘거시경제 안정관리’ 및 ‘민생경제 회복지원’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요약된 거시경제적 위기 요인에 신축적·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정책들과 위기시 고통을 더 많이 받는 취약계층 지원 정책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의 신용경색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금융시장 안정대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에 마구 도입된 각종 세금·금융 규제를 정상화해 부동산시장을 연착륙시키려는 조치도 눈에 띈다. 이는 사람들의 경제에 대한 심리가 비관적으로 바뀐 상황에서 집값 폭락이 가계 부채비율이 높은 우리 경제의 약점을 파고들어 금융시장 불안으로 파급될 수 있는 위험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어서 매우 바람직한 정책으로 본다. 더 나아가 15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한 실수요자의 대출을 차단하고 있는 규제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민생경제 회복지원’ 정책방향의 주요 정책에 속하는 고물가 대응책들은 대체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도록 설계돼 있다. 지금과 같은 고물가 시기에는 보편적 정책보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정책이 물가안정을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펴는 통화정책과 더 조화로운 재정정책이다. 이는 선별정책이 보편정책보다 재정투입 규모가 작아 물가상승 압력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혜택이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유류세 인하나 유연탄·LNG 개별소비세 감면,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등의 세제지원 조치를 취약계층 중심으로 설계했다면, 국제적인 모범사례를 중요시하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 더 부합하고, 정부가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에도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물가상승으로 물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나 EU는 금리인상이라는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안정화함에 있어서 팽창적 재정정책이 주는 부작용을 경계한다. 이에 미국은 특정 법인들에 최저한세를 도입함으로써, 그리고 EU는 높아진 에너지 가격으로 추가소득을 얻은 기업에게 횡재세(windfall taxes)를 부과함으로써, 각종 성장동력 확충 재정정책이나 고물가에 어려워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정책 등의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조치들은 바람직하지만, 그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은 고물가를 안정시키려는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아쉬운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민간중심 활력제고’와 ‘미래대비 체질개선’은 주로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미래세대의 복지를 개선하는 정책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의 주요 경쟁상대인 미국, 중국, EU 국가 등은 지난 30년간 세계경제를 부흥시켰던 자유무역주의에서 자국중심의 보호무역주의로 산업·통상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금번 경제정책방향에서 우리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고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다각도로 제시했다. 규제혁신 노력을 가속화하는 정책,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를 유인하려는 다양한 세제·금융 지원정책, 신성장 4.0 전략 등이 여기에 속한다. 통상 기업의 투자의사결정은 즉흥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미리 짜놓은 계획에 따라 이뤄지기에 정부 정책에 반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는 투자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일괄 10%로 상향하는 유인정책의 유효기간을 2023년 한 해로 한정했는데, 이보다는 최소 2년 동안 허용해 줄 것을 제안한다. 또한 정부는 ‘미래대비 체질개선’ 정책방향에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지난 6월 발표된 첫 번째 경제정책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보면 우려되는 점도 있다. 첫 번째 경제정책방향에서는 내국세와 연동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개혁을 재정제도 혁신의 하나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내국세와의 연동을 차단하는 근본적인 개혁이 아닌 교육세의 일부만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넣는 대안이 마련됐고, 그 규모도 2023년 예산안 합의 과정에서 축소되는 한계를 보였다. “인기없는 정책도 밀고 나가겠다”는 정부의 개혁 의지가 하나씩 꺾이거나 타협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첫 번째 경제정책방향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8대 사회보험의 통합재정 추계를 실시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이 새롭게 등장했다는 점이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지만 여기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현재 정부는 국민연금의 제5차 재정계산을 수행하고 있기에 나머지 7개 사회보험에 대한 재정추계를 현재 충분히 실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그럼에도 이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도 건강보험 분야의 재정에 우려를 표할 정도라면 반드시 8대 사회보험 재정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국민연금 개혁은 기초연금, 건강보험, 공무원연금 등 다른 사회보험의 개혁과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될 때 성공적인 개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나머지 사회보험도 우리가 부담하고 우리가 혜택을 받을 것이기에 전체 그림을 봐가며 퍼즐을 맞추는 것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월드컵의 흥분을 잊기 어렵다. 16강 진출 가능성이 매우 낮음에도 우리 선수들이 불굴의 투지와 협력으로 목표를 이뤘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정책들도 현재의 정치 지형상 성공 가능성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인기없는 정책도 밀고 나가겠다”는 정부의 개혁 의지가 살아 있다면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할 이유는 없다. 우리 축구대표팀을 국민들이 응원하는 것처럼 우리 정부의 개혁을 다수의 국민들이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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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28
  • (기고) 남·북극 활동 위한 첫 법정계획, 필요성과 기대효과
    지난 11월 22일 우리나라 극지활동의 미래를 위한 「제1차 극지활동 진흥 기본계획」이 국무회의에서 심의·확정되었다. 해양수산부와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의 오랜 기간 준비와 국내 극지전문가의 의견수렴을 통해 마련된 이번 기본계획에는 남·북극에서 수행될 모든 활동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해 4월 제정된 「극지활동 진흥법」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극지활동의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세부적인 목표와 추진전략이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첫 법정계획이 체계적으로 마련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극지는 보이지 않는 경쟁의 공간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남·북극의 과학기술 패권을 위해 정교한 전략을 수립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기초과학연구와 극지환경보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치, 경제, 외교적 영향력 확대 경쟁은 부인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대한민국이 남·북극 국제 거버넌스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현재 극지환경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글로벌 이슈를 파악하고,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환경을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 능력과 정책적 비전을 갖춰야 한다. 극지는 글로벌 기후변화의 원인지(地)인 동시에 반응지(地)이다 과거, 극지는 중위도에 위치한 우리나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공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겪고 있는 많은 기후변화 신호가 극지환경 변화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규명되면서, 관심의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고, 더 나아가서는 글로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예컨대, 북극의 해빙 분포 변화는 한반도 겨울철 한파는 물론 사계절 기후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영향을 정확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북극해 전역 해빙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는 초소형 위성이 개발되어야 한다. 북극발 한반도 극한재해기상을 예측하기 위한 한국형 「해양-대기-해빙 통합모델」 개발도 필요하다. 또한, 전 지구 해수면 상승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남극 빙하·빙붕의 용융 프로세스를 밝혀내고, 해수면 상승 속도와 침수 피해 취약성에 대한 예측 시나리오가 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후변화 대응 프런티어 과제가 이번 기본계획에 포함됨으로써 세상의 끝 극지에서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극지는 첨단 인프라 구축의 각축장이다 2009년 국내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건조된 이후,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남·북극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고, 주요 국제공동 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창출하였다. 하지만, 북극점을 포함한 북극해 전역 탐사를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쇄빙 능력을 갖춘 새로운 쇄빙연구선이 필요하다. 기본계획에 포함된 15,000톤 급의 차세대 쇄빙연구선이 2026년까지 건조된다면, 북위 80도 이상의 고위도 북극해 연구를 국제사회에서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축이 완성되어, 아시아 국가 최초로 북극점 중심 국제공동탐사를 수행할 수 있다. 또한, 해안가에 위치한 남극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의 지리적 한계점을 극복하고 남극대륙 미답 지역 탐사를 위해서는 내륙에 위치한 제3의 기지건설이 필요하다. 육상 진출을 위한 K-루트를 개척하고, 세계 6번째 남극내륙기지가 2030년까지 건설된다면 남극 심부빙하와 빙저호 시추를 위한 교두보가 마련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과거 기후변화 정보를 재구성할 수 있고, 고립된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미지 생명체의 존재를 규명할 수도 있다. 극지활동의 지속가능성과 성공여부는 차세대 인력양성에 달려있다 이번 ‘극지 기본계획’에 포함된 극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미래지향적 추진전략이다. 쇄빙연구선과 과학기지와 같은 인프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의 투자로 구축될 수 있지만, 전문인력은 오랜 기간 교육과 지속적인 연구환경 투자를 통해서만 배출될 수 있다. 극지 관련 국내 대학 네트워크 강화와 극지 장학사업을 통해 과학연구, 해운 및 운항, 국제협력 분야별 맞춤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특히, ‘북극써클’, ‘남극조약 협의당사국 회의’와 같은 주요 국제회의에서 극지 거버넌스 의제를 발굴할 수 있는 극지정책 전문가의 양성은 필수적이다. 끝으로, 다양한 극지이슈를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범정부 극지정책 협의체(가칭)’가 설치된다면,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극지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구심점이 될 것이다.
    • 오피니언.사설
    • 칼럼
    202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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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 선언, 한미동맹의 새 지평을 열다
    4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 중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이른바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한미동맹 수립 70주년을 기해 이뤄진 윤 대통령의 방문은 한미동맹의 전환을 위함이었다. 즉, 동맹이 앞으로 70년 더 견고하게 유지되면서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초석을 다지는 데 주력한 것이다. 그 결과 한미 양국 정부, 공기관과 기업은 전례없는 50여 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드러났듯, 두 나라는 새로운 영역과 분야에서의 미래 발전을 위한 협력의 기틀(프레임워크와 협의체 등)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이들 중 특히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창설, 한미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의 체결과 한미 양자정보과학기술협력 공동성명 서명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할 수 있겠다. 또한 글로벌 방위산업에서의 협력 강화를 위해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을 촉구한 것도 미래 협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이 밖에 사이버와 우주 공간, 그리고 원자력과 인터넷 및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에 대한 양국의 약속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워싱턴 선언’이다. 미국이 자국의 수도 명칭을 내세워 외국과의 선언을 명명한 적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동맹과의 군사안보협력을 명목으로 자국의 수도 이름을 내세운 적도 거의 없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개최된 ‘워싱턴 회의’ 군축회담만이 유일할 정도였다. 자유와 민주주의 대국 수도인 만큼 워싱턴의 이름으로 장식된 선언은 이전에도 몇 개 없었다. 가령, 주권회복(1918년 체코공화국), 평화중재(1994년 이스라엘-요르단관계), 역사청산(1998년 독일 나치의 인류 유산 탈취 반환 원칙) 등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들 결과물도 본래 공식 명칭이 있었으나 편의상 워싱턴 선언이라 불려졌다. 미국이 이처럼 동맹과의 관계 강화와 발전을 위해 자신의 수도 이름을 선뜻 내준 적이 없었던 사실만으로도 이번 ‘워싱턴 선언’은 가히 고무적인 결과라 할 수 있겠다. 더욱이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동맹국 한국의 안보와 안전을 지켜내겠다는 미국의 결의를 자국의 수도명을 내걸고 표현한 것은 외교사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라 평가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의 외교 역사에서 이런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번 ‘워싱턴 선언’은 북한 핵위협에 한미가 공동 대응하기 위한 기제(機制)를 창출한 것만으로도 지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미국의 대북 핵억지력을 위한 핵무기 의사결정권에 우리의 발언권, 의사권, 정보공유권이 최소한 외교적인 의미에서 모두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양국 정상이 합의한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으로 체현될 것이다. 혹자는 이 협의체가 나토(NATO)의 ‘ ’핵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보다 미국의 핵억지력 보장 수준이 낮아 실제적인 효과가 없을 것이라 평가한다. 그러나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나토의 핵기획그룹은 핵억지력 의사결정과정에서 정치적 통제력을 발휘하게끔 보장한다. 핵관련 논의에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게끔 되어 있다. 논의의 의제로 나토의 핵억지력의 전반적인 실효성, 핵무기의 안전성, 안보성과 유효성, 그리고 소통과 정보 체계 등이 포함된다. 우리와 미국의 ‘핵협의그룹’과 다른 점은 핵무기의 안정성, 안보성과 그 유효성 의제가 없는데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토와 달리 미국이 우리나라에 전술핵 배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워싱턴 선언’이 더 고무적인 것은 미국이 대한민국과 사상 처음으로 핵억지력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미국은 나토를 제외하고 그 어느 동맹과도 자신의 핵 운영 시스템에 대한 정보 공유는 물론 논의 자체를 한 적이 거의 없다. 미국만이 독점할 수 있는 미국만의 고유의 것이다. 때문에 그 어떠한 나라에게도 핵무기에 관한 정보와 결정권은 이른바 넘사벽이었다. 이런 넘사벽이 이번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간에 치워진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양자 차원에서 어떠한 나라와도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는 사실에서도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한미의 ‘핵협의그룹’이 나토의 ‘핵기획그룹’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할 부분은 협의 개최 회수다. 나토의 경우 1년에 1~2번 정도 협의가 개최된다. 반면 우리의 핵협의그룹은 분기마다 개최될 것이라는 것을 우리 대통령실 측이 지난 27일에 밝혔다. 한미 협의가 차관보급 수준에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혹자는 이를 나토의 국방장관급의 수준에 비교하며 의미를 폄훼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이 북한의 실질적인 핵위협에 노출된 나라의 핵억지력에 관한 논의는 실무에 대한 높은 이해력과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나서서 진행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한미동맹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번 ‘워싱턴 선언’의 가치와 의미는 역시 중국과 북한의 예민한 반응으로 반증된다. 중국은 27일 외교부 대변인 기자회견과 28일 자 「환구시보」 사설로 선언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국이 사전에 이를 베이징에 브리핑을 했음에도 말이다. 그것도 우리한테만 말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떤 나라, 어떤 군대도 힘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거나 시대 흐름에 역행에 침략을 확대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다”라며 선언을 도출한 우리를 비방했다. 「환구시보」 사설은 우리가 잘 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이 비현실적이고 새로운 위험만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더 자극하고 한반도의 안보 딜레마만 부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비평에서 가장 큰 문제는 ‘워싱턴 선언’의 대상과 목적을 의도적으로 오독한 데 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북한의 비평이 더 흥미로운 이유다. 북한은 선언에서 미 핵잠수함의 정기적인 기항에 주목했을 것이다. 북한은 특히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을 세상에서 제일 두려워한다. 그런데 이번 선언은 북한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괴물’의 정기적인 출현을 약속했다. 지난 2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원색적 비난이 모순을 보인 것이 이런 북한의 두려움의 방증이다. 그는 선언이 ‘극악한 산물이나 빈 껍데기’라며 비논리적이고 거의 실언적인 발언으로 당혹감을 내비쳤다.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동맹의 새 지평의 열림을 만천하에 알렸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의 안보, 안보이익, 외교 역량을 한 층 더 발휘하는데 주력해야겠다. 미국의 핵억지력 기획에서부터 운영까지 그 어느 나라에도 관여하거나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적이 없는 사실의 의미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한반도 지역과 관련하여 미국의 핵전력 작전 기획과 핵자산 운영에 대한 우리의 정치적 권한과 권리가 어느 정도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렇게 보장된 우리의 발언권, 의사권과 정보공유권을 우리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정부가 잘 활용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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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2023-05-01
  • [박명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의 특별기고]내년도 경제정책방향 특징과 기대
    윤석열 정부는 지난 12월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통상 연말쯤 다음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대내외적 거시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 경제상황을 전망한다. 그런 다음, 거시경제에 대한 내년도 전망을 바탕으로 정부의 단기 거시경제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복합위기’라는 한마디 말로 요약한다. 코로나19 및 이에 대한 각국의 확장적 정책대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기인한 전세계적인 ①고물가 현상, 고물가를 진정시키려는 미국·EU 등의 ②고금리 정책,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에 따른 ③달러화 대비 원화의 약세, 이 세 가지 현상을 정부는 복합위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 요인들은 자국중심주의의 흐름과 맞물리며 세계 경제의 성장을 억누르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OECD가 지난 11월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도 세계 경제의 실질성장률은 2.2%라고 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이며, 약 5개월 전인 지난 6월 OECD가 발표한 전망치(2.8%)보다 0.6%p 낮아진 수준이다. 수출중심형 경제인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도 지난 6월 발표한 새정부의 첫 번째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된 전망치인 2.5%보다 0.9%p나 낮은 1.6%로 하향 조정됐다. 이 전망치도 정부가 위기요인들을 잘 관리해 우리 금융시장이나 부동산시장으로 부정적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하고, 세계 경제도 침체로 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하면,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더 하락하는 하방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불확실성 하에서 물가안정과 경기진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성장동력 확충 및 세대간 형평성 제고라는 난제까지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다음 네 가지로 설정했다. 첫 번째 방향은 거시경제 안정관리, 두 번째 방향은 민생경제 회복지원, 세 번째 방향은 민간중심 활력제고, 네 번째 방향은 미래대비 체질개선이다. ‘거시경제 안정관리’ 및 ‘민생경제 회복지원’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요약된 거시경제적 위기 요인에 신축적·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정책들과 위기시 고통을 더 많이 받는 취약계층 지원 정책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의 신용경색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금융시장 안정대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에 마구 도입된 각종 세금·금융 규제를 정상화해 부동산시장을 연착륙시키려는 조치도 눈에 띈다. 이는 사람들의 경제에 대한 심리가 비관적으로 바뀐 상황에서 집값 폭락이 가계 부채비율이 높은 우리 경제의 약점을 파고들어 금융시장 불안으로 파급될 수 있는 위험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어서 매우 바람직한 정책으로 본다. 더 나아가 15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한 실수요자의 대출을 차단하고 있는 규제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민생경제 회복지원’ 정책방향의 주요 정책에 속하는 고물가 대응책들은 대체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도록 설계돼 있다. 지금과 같은 고물가 시기에는 보편적 정책보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정책이 물가안정을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펴는 통화정책과 더 조화로운 재정정책이다. 이는 선별정책이 보편정책보다 재정투입 규모가 작아 물가상승 압력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혜택이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유류세 인하나 유연탄·LNG 개별소비세 감면,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등의 세제지원 조치를 취약계층 중심으로 설계했다면, 국제적인 모범사례를 중요시하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 더 부합하고, 정부가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에도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물가상승으로 물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나 EU는 금리인상이라는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안정화함에 있어서 팽창적 재정정책이 주는 부작용을 경계한다. 이에 미국은 특정 법인들에 최저한세를 도입함으로써, 그리고 EU는 높아진 에너지 가격으로 추가소득을 얻은 기업에게 횡재세(windfall taxes)를 부과함으로써, 각종 성장동력 확충 재정정책이나 고물가에 어려워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정책 등의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조치들은 바람직하지만, 그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은 고물가를 안정시키려는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아쉬운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민간중심 활력제고’와 ‘미래대비 체질개선’은 주로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미래세대의 복지를 개선하는 정책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의 주요 경쟁상대인 미국, 중국, EU 국가 등은 지난 30년간 세계경제를 부흥시켰던 자유무역주의에서 자국중심의 보호무역주의로 산업·통상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금번 경제정책방향에서 우리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고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다각도로 제시했다. 규제혁신 노력을 가속화하는 정책,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를 유인하려는 다양한 세제·금융 지원정책, 신성장 4.0 전략 등이 여기에 속한다. 통상 기업의 투자의사결정은 즉흥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미리 짜놓은 계획에 따라 이뤄지기에 정부 정책에 반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는 투자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일괄 10%로 상향하는 유인정책의 유효기간을 2023년 한 해로 한정했는데, 이보다는 최소 2년 동안 허용해 줄 것을 제안한다. 또한 정부는 ‘미래대비 체질개선’ 정책방향에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지난 6월 발표된 첫 번째 경제정책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보면 우려되는 점도 있다. 첫 번째 경제정책방향에서는 내국세와 연동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개혁을 재정제도 혁신의 하나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내국세와의 연동을 차단하는 근본적인 개혁이 아닌 교육세의 일부만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넣는 대안이 마련됐고, 그 규모도 2023년 예산안 합의 과정에서 축소되는 한계를 보였다. “인기없는 정책도 밀고 나가겠다”는 정부의 개혁 의지가 하나씩 꺾이거나 타협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첫 번째 경제정책방향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8대 사회보험의 통합재정 추계를 실시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이 새롭게 등장했다는 점이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지만 여기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현재 정부는 국민연금의 제5차 재정계산을 수행하고 있기에 나머지 7개 사회보험에 대한 재정추계를 현재 충분히 실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그럼에도 이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도 건강보험 분야의 재정에 우려를 표할 정도라면 반드시 8대 사회보험 재정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국민연금 개혁은 기초연금, 건강보험, 공무원연금 등 다른 사회보험의 개혁과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될 때 성공적인 개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나머지 사회보험도 우리가 부담하고 우리가 혜택을 받을 것이기에 전체 그림을 봐가며 퍼즐을 맞추는 것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월드컵의 흥분을 잊기 어렵다. 16강 진출 가능성이 매우 낮음에도 우리 선수들이 불굴의 투지와 협력으로 목표를 이뤘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정책들도 현재의 정치 지형상 성공 가능성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인기없는 정책도 밀고 나가겠다”는 정부의 개혁 의지가 살아 있다면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할 이유는 없다. 우리 축구대표팀을 국민들이 응원하는 것처럼 우리 정부의 개혁을 다수의 국민들이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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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28
  • (기고) 남·북극 활동 위한 첫 법정계획, 필요성과 기대효과
    지난 11월 22일 우리나라 극지활동의 미래를 위한 「제1차 극지활동 진흥 기본계획」이 국무회의에서 심의·확정되었다. 해양수산부와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의 오랜 기간 준비와 국내 극지전문가의 의견수렴을 통해 마련된 이번 기본계획에는 남·북극에서 수행될 모든 활동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해 4월 제정된 「극지활동 진흥법」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극지활동의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세부적인 목표와 추진전략이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첫 법정계획이 체계적으로 마련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극지는 보이지 않는 경쟁의 공간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남·북극의 과학기술 패권을 위해 정교한 전략을 수립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기초과학연구와 극지환경보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치, 경제, 외교적 영향력 확대 경쟁은 부인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대한민국이 남·북극 국제 거버넌스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현재 극지환경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글로벌 이슈를 파악하고,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환경을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 능력과 정책적 비전을 갖춰야 한다. 극지는 글로벌 기후변화의 원인지(地)인 동시에 반응지(地)이다 과거, 극지는 중위도에 위치한 우리나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공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겪고 있는 많은 기후변화 신호가 극지환경 변화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규명되면서, 관심의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고, 더 나아가서는 글로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예컨대, 북극의 해빙 분포 변화는 한반도 겨울철 한파는 물론 사계절 기후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영향을 정확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북극해 전역 해빙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는 초소형 위성이 개발되어야 한다. 북극발 한반도 극한재해기상을 예측하기 위한 한국형 「해양-대기-해빙 통합모델」 개발도 필요하다. 또한, 전 지구 해수면 상승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남극 빙하·빙붕의 용융 프로세스를 밝혀내고, 해수면 상승 속도와 침수 피해 취약성에 대한 예측 시나리오가 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후변화 대응 프런티어 과제가 이번 기본계획에 포함됨으로써 세상의 끝 극지에서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극지는 첨단 인프라 구축의 각축장이다 2009년 국내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건조된 이후,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남·북극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고, 주요 국제공동 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창출하였다. 하지만, 북극점을 포함한 북극해 전역 탐사를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쇄빙 능력을 갖춘 새로운 쇄빙연구선이 필요하다. 기본계획에 포함된 15,000톤 급의 차세대 쇄빙연구선이 2026년까지 건조된다면, 북위 80도 이상의 고위도 북극해 연구를 국제사회에서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축이 완성되어, 아시아 국가 최초로 북극점 중심 국제공동탐사를 수행할 수 있다. 또한, 해안가에 위치한 남극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의 지리적 한계점을 극복하고 남극대륙 미답 지역 탐사를 위해서는 내륙에 위치한 제3의 기지건설이 필요하다. 육상 진출을 위한 K-루트를 개척하고, 세계 6번째 남극내륙기지가 2030년까지 건설된다면 남극 심부빙하와 빙저호 시추를 위한 교두보가 마련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과거 기후변화 정보를 재구성할 수 있고, 고립된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미지 생명체의 존재를 규명할 수도 있다. 극지활동의 지속가능성과 성공여부는 차세대 인력양성에 달려있다 이번 ‘극지 기본계획’에 포함된 극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미래지향적 추진전략이다. 쇄빙연구선과 과학기지와 같은 인프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의 투자로 구축될 수 있지만, 전문인력은 오랜 기간 교육과 지속적인 연구환경 투자를 통해서만 배출될 수 있다. 극지 관련 국내 대학 네트워크 강화와 극지 장학사업을 통해 과학연구, 해운 및 운항, 국제협력 분야별 맞춤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특히, ‘북극써클’, ‘남극조약 협의당사국 회의’와 같은 주요 국제회의에서 극지 거버넌스 의제를 발굴할 수 있는 극지정책 전문가의 양성은 필수적이다. 끝으로, 다양한 극지이슈를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범정부 극지정책 협의체(가칭)’가 설치된다면,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극지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구심점이 될 것이다.
    • 오피니언.사설
    • 칼럼
    202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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